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포토 에세이〕 봄과 여름 사이

기사승인 2019.06.03  22:19:16

공유
default_news_ad1

- 녹음방초승화시·· "우거진 녹음과 향기로운 풀이 꽃피는 봄보다 낫다네"

각화 저수지에서 바라본 도시의 풍경. 왕안석의 시에 나오는 돌다리와 초가집은 어디 있을까
광주광역시 북구 각화 저수지에도 여름이 왔다. 무등산을 일주하는 ‘무돌길’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저수지에 풍덩 빠진 초여름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이 지나가고 유월이 왔습니다. 올해 오월은 유난히 시퍼렇게 날이 선 막말들이 횡행하며 여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긴 채 물러갔습니다.

시국은 한참이나 뒤로 가고 있지만, 자연의 시계는 한치의 어김도 없이 여름을 향해 흐르고 있습니다. 봄과 여름이 임무를 교대하는 이맘때를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라고 합니다.

'푸르게 우거진 숲(綠陰)과 향기 나는 풀(芳草)이 꽃피는 봄보다 낫다'는 말입니다. 온갖 미세먼지와 황사를 이겨낸 산천초목들은 날로 푸르게 푸르게 변해가고, 풀들은 향기를 가득 머금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몸과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안식과 평화를 주는 '푸른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약사사에서 바라본 무등산 새인봉의 푸른 모습. 꽃피는 봄 보다 나은 초여름의 풍경이다
녹음이 우거진 당산나무 아래서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 송(宋)나라 때 시인이며 당송 8대가(唐宋八大家) 중의 한 사람인 왕안석(王安石, 1021 ~1086)은 말년에 초야에 은둔하면서, 한가로운 초여름의 풍경을 보이는 대로 즉석에서 회화적으로 묘사한 ‘초하즉사’(初夏卽事)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요즘에 딱 어울리는 옛 시인의 시 한 수 감상하면서 유월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풋살구처럼 풋풋한 유월입니다.

가끔씩 울어대는 뻐꾸기가 여름이 왔음을 알린다
우산 근린공원에도 초여름이 왔다

初夏卽事(초하즉사) / 王安石(왕안석)

石梁茅屋有彎碕(석량모옥유만기)/ 流水濺濺度兩陂(유수천천도양피)/ 晴日暖風生麥氣(청일난풍생맥기)/ 綠陰幽草勝花時(녹음유초승화시)

돌다리와 초가집은 강기슭에 굽어 있고/ 물은 빠르게 둔덕 사이를 흘러가네/ 맑은 햇살에 따스한 바람 불어 보리 내음 풋풋하니/ 우거진 녹음과 향기로운 풀이 꽃피는 시절보다 낫다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길목에는 푸르름이 가득하고···
온갖 미세먼지와 황사를 이겨낸 산천초목들은 날로 푸르게 푸르게 변해가고 있다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임영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