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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창기 특집! 전통문화

기사승인 2019.05.03  18: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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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사무처장

[문화산책] 전통문화를 생각할 때 늘 기억하는 사람이 고 한창기 선생이다. 전남 순천 낙안면에 뿌리깊은 나무 박물관에는 우리 고장 출신인 그의 문화적 삶의 흔적이 남아 있다.

1997년 6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그를 새삼 기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잡지 ‘뿌리깊은나무’, ‘샘이깊은물’의 발행인이자 편집자였고 문화 기획자였고 문화 경영인이었다. 천착한 것은 ‘이 땅의 문화’였다. 우리 민족의 얼과 문화의 ‘재발견’이었다. 한글에 대한 사랑,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옛것들과 옛것들을 부여잡고 살아가는 전통예인들과 웅숭깊은 삶을 살아낸 남도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열정이었다.

‘뿌리깊은나무’와 ‘샘이깊은물’이라는 잡지는 그때까지의 통념을 깨고 만들어진 작품 그 자체였고, 그 잡지가 가진 문화사적 의미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남도 차(茶)를 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골똘한 구상도 성공했다. 명맥이 끊길 판이었던 판소리와 민요를 음반과 책으로 집대성했다. 우리나라 각 지방의 토박이 언어를 민중의 삶과 함께 책으로 남기기도 했다.

그 동안의 시류를 완벽하게 뒤엎는 외로운 문화 실험들을 했고 그것을 성공시켰던 사람이었다. 우리 문화가 가진 아름다움을 되살려내는 애착과 열정으로 한 평생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임종 후에 그의 침대 곁에서는 작은 골동품이 발견됐다. 

‘특집 한창기’는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쓴 글들을 타계 11년 후인 2008년 모았는데 가장 한창기를 잘 드러내는 표현은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가장 세계적인 줏대 있는 열린 한국사람’이라는 구절이었다. 그렇게 한창기의 현실적 고향이자 정신적 고향은 언제나 남도였다. 남도가 배태한 전통문화였다. 남도의 전통문화가 서야할 현대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팔아먹었던 문화인이었다.

“전통예술의 다른 분야도 그러겠지만 전통무용은 수행하듯 오랜 시간 춤을 추어야 내공이라는 것이 생겨나는데 그만큼 30대 40대는 버텨내야 하는 인고의 시간인 것 같아요. 아주 젊은 청년 시절에는 그저 잘 모르니 무대도 겁 없이 서지만 무언가 알아가는 나이가 되면서 공연도 가르치는 것도 조심스러워지지요. 명인 선생님들의 발자취를 보며 그저 묵묵히 내공을 쌓아가면서 흉내가 아닌 진짜에 가까워져 가야 하는데 그것이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든 점이 많지요.” 

광주의 어느 전통춤 단체 대표의 말이다. 전통예술은 계승과 원형 보존이 중요하다. 그 바탕 위에서 전통문화를 현대에 맞게 계승해야 한다는 또 다른 의무감이 전통예인들의 어깨 위에 있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시기가 바로 경제적으로 심리적으로 힘든 30대~40대이다. 어설프지 않은 ‘진짜’ 명인이 되어야 하는데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전통예술인들은 대부분 생계에 굴복해버리고 만다.  

계승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특징을 가진 전통예술 단체나 예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체 운영에 필요한 재원과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작품의 지속적 생산 지원, 문화 소비 생태계 형성 등이다. 한 사람의 예술적 연마와 기획으로는 돌파할 수 없는 거대한 현실적 장벽이 가로놓여 있는 것이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전통문화는 결국 지역이나 국가의 기질과 기풍을 형성하는 문화 원형이다. 광주만의 문화 원형은 무엇인가? 광주를 광주답게 하는 문화 원형은 무엇이고 그것은 세계에서 어떻게 통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문화의 원형으로 한복, 한글, 김치, 불고기, 태권도, 고려인삼을 꼽는다면 과연 광주만의 문화 원형은 무엇일까?

판소리, 차(茶), 남종화, 국악과 농악, 무등산, 5·18, 미술, 김치, 고싸움놀이, 가사문학, 의병, 맛난 음식,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이 그 범위 안에 있겠지만 이것을 어떻게 재발견하고 재해석해내는 새로운 문화 경영과 문화 기획자가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내는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그동안 없었다고 생각한다.

전통문화의 원형은 문화 전쟁터에서 칼이자 총알의 역할을 한다. 광주의 역사, 광주성의 문화를 만들어나갈 때의 식량이다.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논밭이다. 지역이 한국이고 한국이 세계일 수 있는 문화 브랜드다. 그리고 그 자산들의 부가가치를 높여가는 사람들은 전통문화예술인들이다. 그들 삶의 고뇌와 철학이 담긴 멋진 작품이 마냥 그립다.

성슬기 기자 tmf5991@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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