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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지

기사승인 2024.02.02  09: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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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출판미디어 본부장

너 축복받은 아름다운 예술이여, 세상이 힘들고 어두울 때마다/인생의 잔인한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할 때마다/너는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의 불을 지폈고/더 나은 세상으로 나를 이끌었지/보다 나은 천국을 맛보게 해주었지/오, 아름다운 예술이여, 네게 감사하노라.

슈베르트(1797~1828)의 ‘음악에’라는 가곡의 가사다. 음악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감사의 뜻이 깃들어 있는 곡이다. 친구인 F. 쇼버의 시에 곡을 붙여 스무 살 때인 1817년에 작곡했다. 선율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31살에 요절하기 1년 전에야 피아노를 겨우 구할 수 있었다는 슈베르트의 가난이 떠오른다. 극도로 궁핍한 생활 속에서 작곡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사투했던 한 천재 작곡가의 빛나는 이마가 떠오른다. 슈베르트는 짧은 생애 내내 음악을 맹목적으로 사랑했고, 거기서 무한한 행복을 찾았다.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 ‘백조의 알을 깨고 나왔다면, 오리의 둥지에서 태어났다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덴마크의 동화작가 안데르센(1805~1875)이다. “내가 어려서 늘 못생겼다고 놀림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미운 오리 새끼’를 쓸 수 있었다. 내가 어려서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나는 ‘성냥팔이 소녀’를 쓸 수 있었다.” 이렇게도 말했다.

안데르센을 생각할 때마다 초등학교 도서실 한 켠에서 그림 동화책 ‘성냥팔이 소녀’를 함께 읽던 친구가 나한테 들키지 않으려 몰래 눈물을 훔치던 어린시절이 생각난다. 안데르센은 작품이 발표되고 백 년 이상이 지난 어느날 한국의 작은 시골 학교 도서관에서 한국의 어린이가 자기 동화를 읽고 눈물을 흘릴 거라는 상상이나 했을까? 그 친구는 어른이 되어 시인이 됐다.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에서 예술의 치유 능력 7가지를 주장한다. 우리는 미술을 통해 아름다운 일시적 경험을 자기 삶에 간직할 수 있다.(기억) 예술 작품을 보면서 인생의 고난을 헤쳐나갈 희망을 볼 수 있다.(희망) 슬픔과 고통을 온전히 느낌으로써 고통을 잘 견디는 방법을 가르쳐준다.(슬픔) 일상의 균형을 회복하도록 도와준다.(균형 회복) 타인과 나의 관계와 역할을 알게 해준다.(자기 이해와 타인과의 공감) 세계에 대한 이해를 높여 몸과 마음을 성장시켜준다.(성장) 감수성을 깨우고 우리의 감각을 새롭게 한다.(감성)

예술가들이 집단화되면 예술 모임, 예술 단체, 예술 기관이 되는데 이런 예술 집단은 지역사회나 국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예술작품은 발표되는 순간 개인의 영역에서 공공의 영역으로 나아가 공공재가 되는데, 공공재는 유통되어 사회적 재산이 된다. 사회적 재산은 지역 사회와 국가의 모든 사람들에게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선사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와 국가는 문화예술 영역을 육성하고 가치를 더 크게 확산시키기 위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공공재의 생산자인 예술가와 예술가 집단의 창작을 독려하고, 예술가의 권익을 보호해야 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예술 재정 지원을 마련해, 예술가들에게 보답해야 한다. 예술과 문화가 공동체의 편익을 가진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띤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당연히 그 창작 비용의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2012년 미국예술연합은 흥미로운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예술을 지원해야 할 10가지 이유’가 그것이다. 미국의 문화예술인들과 지식인들에게 의견 수렴을 해서 심사숙고 끝에 10계명을 작성했다. 예술은 사회 발전의 근간이다. 예술은 학업성취도를 높인다. 예술은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다. 지역 경제를 살린다. 소중한 관광자원이다. 수출 전략산업이다.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분야에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이롭게 한다. 공동체의 활성화와 발전을 견인한다. 창조산업의 근간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어떻게 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공지능(AI)이 대체할 수 없는 감성, 창의성, 공감 및 소통 능력의 원천인 예술을 혁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어떤 지원 체계로 예술인과 예술단체를 보호하고 육성해나가야 할지 시민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거기서 답을 찾아야 한다. 예술인 창작 육성, 문화예술 향유 환경 조성, 문화예술 정책 혁신, 문화예술 지원 재정의 확보가 핵심이다.

광주 전남은 지역 소멸 위기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해서 인구 유출의 가속화를 막아야 한다. 문화예술 향유권 격차인 여가생활 만족도는 서울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낮아지고 이것이 지역의 인구 유출을 가속화시키는 근본 원인이다.

작년에 광주 예술단체들이 ‘광주시 청년예술인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광주 청년 문화예술 예산은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 자리를 잡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의 미래를 불안하게 한다. 전략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지원정책으로 청년들의 미래를 불안하지 않게 만들어줘야 한다.

문화예술 재정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정책 예산이 줄어들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생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예산에 맞춰 사업예산을 깎고 줄여서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는 저 젊은 문화기획자의 빛나는 이마를 안쓰럽게 바라본다.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청년들은 예술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공재원을 어디서 구해야 하는가?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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