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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생명, 도시의 자원을 지켜라

기사승인 2021.09.30  11: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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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지난 6월, 풍암호수를 매립한다는 뉴스에 경악을 한 적이 있다. 1956년에 조성된 7만여 평의 풍암호수는 현존 광주시내에서는 가장 크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풍암호수의 수질 개선과 유지관리비용 등이 문제시 되자, 광주시와 서구청은 6미터 수심 중 3분의2를 메워 담수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행히 시민들의 반발로 매립 계획은 중단되었지만,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발상 자체가 놀랍고 개탄스러웠다.

광주역 부근에는 조선 세종 때 축조된 6만여 평에 이르는 규모의 저수지 경양방죽이 있었다. 1935년대 일제는 일본인들의 집단 거주지 조성사업으로 매립 계획을 세웠다. 당시 뜻있는 시민들의 매립 반대운동이 거세게 일었고, 그 결과 저수지의 3분의1은 살아남았다. 하지만 결국 1960년대 후반 광주시는 태봉산을 헐어 그 흙으로 경양방죽 일부를 매립하고 그 자리에 옛 시청사를 세웠다. 그 청사 건물 역시 지금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대형마트가 들어섰다. 경양방죽 옆에 있던 태봉산은 조선 인조 임금의 왕자 태(胎)를 봉했다 하여 이름 붙여진, 유서 깊은 산이었으나 함께 사라진 셈이다. 수백 년 된 선조들의 유적을 개발 논리로 없애버리는 무지막지한 일이 탁상행정에 의해 자행되었던 것이다.

한말까지만 해도 광주에는 40여개의 저수지가 있었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변하면서 저수지들을 매립했고, 그 곳에 주택단지와 대형건물들이 들어서 현재는 겨우 10여 개만 남아있을 뿐이다.

동서고금을 보면 명품도시는 반드시 아름다운 강을 끼고 형성되었고, 혹여 강이 없으면 인공호수를 만들고 주변에 숲을 조성하는 것을 기본으로 여겼다. 이처럼 없다면 새로 만들고, 사라졌다면 복원도 생각해야 할 판국에 있는 호수를 매립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이들은 과연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맞는지 씁쓸해진다.

그런데 이미 없어졌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자원들이 저수지만은 아니다. 백범 김구 선생의 뜻이 담긴 백화(百和)마을과 광주천 빈민들의 애환이 서린 학동 팔거리는 아파트 숲으로, 남광주 역사(驛舍)는 주차장으로 변했다. 이외 구 전남도청, 상무관, 구시청 본관, 남도예술회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산실 흥학관, 활터 남사정, 광주교도소, 상수도 배수지, 금남로에 있던 한국은행 등 공공건물은 물론 영흥식당, 뽐뿌집 등 광주의 혼과 스토리가 담긴 건물들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간직한 일신·전남방직 공장부지도 아파트 단지로 변할 운명에 처해 있다. 또한 오래된 한옥 고택을 비롯 공공의 건물들이 행정당국과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광주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지켜 진 금남로 가톨릭센터, 전일빌딩 245, 신양파크호텔 부지, 광주 푸른길 공원 등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래유산보존조례’ 제정 시급하다

갈수록 도시재생과 재개발이란 미명아래 자연마을은 물론 생태 자원들이 마구잡이로 훼손되어 사라지고 있고, 황폐화 된 그 자리는 아파트 숲과 대형건물 등 삭막한 회색도시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호수와 숲은 도시를 숨 쉬도록 하고, 도시민이 숨 쉬는 심장이요, 중요한 자연자원이다.

무등산을 비롯 어지간한 산들은 초고층 아파트 숲에 조망권을 빼앗긴지가 오래전이다. 이런 탓에 좋은 생활환경을 잃어가는 시민들은 답답하고 숨 막히는 도시에서 정신적 불안을 느끼며 살고 있다. 광주가 ‘예향(藝鄕)의 도시’가 아니라, ‘숨 막히는 슬픈 도시 애향(哀鄕)’이라며 탄식을 한다.

어제와 오늘의 자원을 홀대하는 문화도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도시의 품격은 도시를 형성하는 다양한 요소들과 도시민들의 조화로 이뤄진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비엔날레가 열리고, 아시아 문화를 품고 있는 문화전당이 있다고 해서 품격 높은 문화도시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전통문화를 소홀히 하는 도시는 결코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우리 도시에도 아직 문화재로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문화적 가치를 지닌 자원이 곳곳에 산재한다. 이른바 ‘미래유산’이란 것들이다. 오늘 우리가 만나고 있는 모든 것이 내일의 역사이자 문화유산이다.

이 같은 미래유산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관련법의 제정 등 대책이 시급하다. 사실 ‘미래유산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조례’는 서울 등 전국 9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이미 도입해 시행 중이지만, 문화중심도시라 일컫는 광주광역시가 아직 관련 조례 제정을 하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것일까?

광주시는 더 이상 도시가 아파트 공화국화가 되고, 미래유산 자원들이 멸실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결코 안 된다. 광주시와 시의회는 서둘러 조례를 제정하고, 광주시의 오래된 자원의 보존과 푸른 환경조성 등을 절대과제로 삼고 강력한 의지로 추진하기를 바란다.

시민들 또한 도시 황폐화를 탄식만 할일이 아니다. 나무 한 그루를 더 심고, 호수와 숲, 정원 하나를 더 조성하는 범시민운동이 필요하다. 이는 지난 9월 9일 <미래유산시민연대>가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한 이유다. 미래의 도시를 위해서 민과 관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함께 살길이기 때문이다.

 

조상열 발행인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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