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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선 부지서 전남 문화예술 꽃 피운다

기사승인 2021.04.09  08:4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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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주 전라남도 관광문화체육국장

황량했던 폐선 부지가 예향전남 천년의 문화예술을 품은 전남도립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도립미술관 자리는 44년간(1967-2011) 경전선이 오가던 옛 광양역사로 2011년 폐선된 이후 5일 장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거의 10년 동안 폐역이었다.

우리 도 문화정책의 기본방향은 문화의 진흥을 통한 도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 발전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남도의 문화예술을 꽃 피우고, 세계와 소통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남도문예 르네상스, 문화예술 만남 기회 확대, 문화 다양성 제고 등 다양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 왔다.

이 같은 정책을 자양분 삼아 지역 문화예술계의 염원이던 도립미술관이 전남 문화예술 르네상스를 꿈꾸며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직선과 사선을 사용해 현대 감각을 살린 도립미술관 건물은 전라남도가 1만 7,598㎡ 부지에 414억 원을 들여 조성하였고,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9개의 전시실과 200석의 대강당, 교육실, 카페, 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다.

특히 약 3,300㎡의 대규모 전시관은 국내 국공립미술관 중 최대규모라고 할 수 있으며, 전시장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수장고는 그 규모와 작품을 관리하는 항온‧항습과 보안시스템 측면에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조명설비도 최고 사양으로 작품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원본의 색을 충실히 재현하여 해외 선진 미술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동안 공공미술은 전시에 치중한 건축 속의 미술이었다. 이와는 다르게 전남의 첫 미술관은 남도의 풍광과 정서를 담아내고 도민 간 소통을 확대하며 문화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예향 남도의 명성에 걸맞게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세계와 소통하는 공간을 지향한다. 전시라는 결과보다는 참여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이 점은 개관전시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현재 전시중인 국내 작품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남도의 생태, 문화 고유성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경외심이 드리워져 있다. 해남 출신 공재 윤두서의 ‘말 탄 사람’을 ‘전통에서 새로운 창조를 창조한다’라는 전시 개념에 맞게 재해석했다. 조선의 독자적인 진경산수화법을 완성한 정선의 ‘금강내산총도’도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재탄생했다. 디지털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맞게 미래형 미술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한, 수묵의 오묘함이 느껴지는 남종화의 대가, 남농 허건과 의재 허백련의 작품 등도 7월 말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해외 작품으로는 프랑스의 뉴미디어 작가 로랑 그라소(Laurent Grasso)의 작품이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운 삶의 기준인 ‘뉴노멀’을 제시하여 눈길을 끈다. 시공을 초월한 한국과 프랑스, 캐나다 작가의 작품들은 코로나19에 지친 도민들에게 평안한 안식처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는 인간 활동의 산물이다. 현대사회는 문화가 사회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고 지역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다. 문화시설은 지역민 삶의 질을 높여 개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도립미술관 개관은 그 의미가 크다.

2020년 국민문화예술활동 조사서(문체부)를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행사 9개 부문 관람률 순위는 영화, 대중음악에 이어 미술 전시회가 3위였다. 연극이나 뮤지컬 관람보다 높다. 다만, 수도권 광역시 등 대도시 거주자는 해당 광역시도 내 문화예술 행사 관람률이 93.7%인 반면, 읍면지역 거주자는 77.5%로 대조를 보였다. 이는 읍면지역에 문화예술을 향유할 시설이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탓일 터이다. 앞으로 도립미술관이 지역민의 문화 향유 창구를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세계화와 지방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세방화(glocalization) 및 4차 산업 혁명의 시대변화 속에서 문화 수요 증대와 미술관의 특성 그리고 지역 정체성을 부각하는 이른바 place(장소) 마케팅을 결합한다면 관련 산업은 활성화되고 인구 유입과 관광객 유치에도 보탬이 될 것이다. 이에 더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업계가 주도적으로 미술관을 판촉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도시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미국의 3대 미술관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보스턴 미술관은 방대한 회화작품을 소장하고 있어 그 시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이 같은 거대한 미술관도 방문객의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고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와 서비스를 제공하며 끊임없이 주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도립미술관도 이처럼 자기만의 특성을 살린 이벤트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이미지를 부각하며 지역민과 소통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전남은 선사문화에서부터 마한문화 유불선 문화, 농경·해양 문화가 풍부한 곳이다. 전통과 현재를 융복합한 다양한 콘텐츠로 다가선다면 도민과 관람객 모두에게 정신적 풍요로움을 선사할 것이라 확신한다.

대문호 헤밍웨이가 사랑한 플로리다주 키웨스트의 집필 공간을 찾은 적이 있다. 그가 전 재산을 털어 수영장을 만들고 나니 1센트밖에 남지 않아 그 1센트 동전을 수영장 옆 바닥에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스토리텔링이다.

전남도립미술관 앞에는 미술관과 함께 개관한 광양예술창고 두 동이 있다. 옛 물류창고 천장의 낡고 오래된 목재 트러스를 살려 리모델링 한 것으로 1970년대 산업화 시대의 기억을 간직한 채 전시와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관람객과 전시작품을 내려다보고 있는 50년이 넘은 목재 트러스는 우리의 스토리텔링이다.

도립미술관은 앞으로 이러한 스토리들로 채워나가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들이 미술관의 시간과 공간에 켜켜이 쌓였을 때 비로소 미술관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미술관이 될 것이다. 예향 남도의 첫 미술관이 지역 문화예술의 산실이 되어 세계 속의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민과 관람객 모두의 참여가 끊이지 않길 고대한다.

김병주 칼럼리스트 ddmh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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