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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밤이면 생각나는 한 편의 시

기사승인 2021.01.11  18: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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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자키] ‘모던 보이’ 백석 시인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pixabay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써 내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白石 1912~1996)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문. (1938년 여성)

신축년 새해 들어 연초부터 유독 눈이 많이 내립니다. 이렇게 고조곤히 눈 내리는 밤이면 소주잔 기울이며 읊조리고 싶은 시 한 편이 떠 오릅니다.

한국인의 애송시 목록에 들어 있고, 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백석(白石, 1912~1996)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입니다. 백석 시인은 우리나라 시인들이 좋아하는 시인 중의 한 명입니다.

아름다운 여인과 흰 눈, 흰 당나귀를 통해 눈 내리는 겨울밤의 환상을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이 시에는 아팠지만 아름다웠던 시인의 자전적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 ‘나타샤’와 함께 눈이 푹푹 내리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출출이(뱁새) 우는 산골 마가리(오막살이)로 들어가 방해받지 않는 사랑을 이루고 싶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어찌 백석만 그러하겠습니까. 누구의 훼방도 없는 곳에서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을 이루고 싶은 것은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겠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세상은 이상과 현실의 괴리만큼이나 여러 가지로 누추하기 짝이 없습니다. 혼자서 쓸쓸히 쓰디쓴 소주(燒酒) 잔을 기울이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며 위로하듯 읊조리면서요.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김소월의 학교 후배이면서 1930~40년대 한국 문단을 풍미했던 모더니즘 시인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였습니다.

모더니즘 시인 백석(白石, 1912~1996) 본명은 백기행(白夔行)이다. 김소월의 고향인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 1930~40년대 한국 문단을 풍미했던 시인이다

임영열 기자 youngim1473@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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