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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세의 때를 씻으려거든

기사승인 2019.08.26  16: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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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명산 화암사로 가라

전북 완주군 불명산 화암사

폭염의 피서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아직껏 평안한 휴가를 갖지 못했다면 깊은 숲속에 곱게 늙은 절집을 권한다. 직장이나 사회활동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가정이라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자연을 벗 삼아 시간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마음이 비워지는 것이다. 터놓고 얘기해도 이해해 주고 부담없이 받아주는 편안한 친구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홀로 도심을 벗어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숲속 길을 따라 걷다보면 속세를 떠나 오래도록 옛 모습으로 편안하게 중생을 맞이해 주는 절집이 불명산 화암사다.

 

화암사 가는 숲길

화암사는 원효와 의상이 유학하고 돌아와 수도하였다는 기록이 있어 신라 문무왕 이전에 지어졌음을 짐작케 한다. 절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으나 1981년 수리할 때 발견된 묵 서명에 따라 1605년(선조38)에 극락전이 다시 세워졌음이 밝혀졌다. 극락전은 잡석 기단위에 자연석 덤벙주초를 놓고 민흘림기둥을 세워 다포식 맞배지붕으로 지어졌다. 기둥과 처마 사이에 부재를 하나 더 추가하여 지렛대의 원리로 처마를 훨씬 길게 내밀 수 있는 하앙식 구조는 국내에서 유일하여 2011년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되었다.

 

자연의 숲속 오솔길을 따라 147계단을 지나서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찾아오는 이도 드물어 고즈넉하고 한가하여 더욱 평온하다. 극락전의 정문격인 우화루는 1611년(광해군3) 세운 것이다. 밖에서 보면 2층 누각이나 안쪽에서는 마룻바닥이 마당 높이와 같다. 앞은 트이고 맞은 편은 널판지로 막아 창문을 내고 목어를 걸어 놓았다. 양쪽은 흙벽으로 쌓아 다락집 형태의 특이한 구조로 보물로 지정됐다. 우화루, 적묵당, 그리고 극락전의 국보와 보물의 품안에 머물다보면 속세에서 찌든 마음의 때가 깨끗이 정화된다.

 

화암사 우화루

화암사, 내 사랑/ 안도현의 시 한 편을 읽어보자.

"인간 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곁눈질 한 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하는 게 아니라/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참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구름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 이었습니다/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 주지는 않으렵니다"

화암사 경내

다른 절처럼 사천왕문도 없어 계곡의 물소리에 잡념을 흘려보내고 나무다리를 건너면 그 곳이 극락세계다. 우주 속에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가 나타날 것이다. 작고 아담하며 단청은 퇴색되어 오래된 친구처럼 속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화암사는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 불명산 자락에 있다.

화암사 극락전

이근섭 기자 rmstjq25@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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