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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의 증거들, Mirror 일루젼

기사승인 2018.09.21  10: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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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광주비엔날레-GB 커미션, 마이크 넬슨 作, 거울의 울림

국광병원에 설치된 마이크넬슨 작, '거울의 울림'

조금 쌀쌀한 가을 오후였다. 2시 40분경에 화정동에 있는 (구)국군통합병원 앞에 도착해서 국광교회를 찾기 시작했다. 표지판에는 국광교회는 (구)국군통합병원 바로 위에 위치해 있었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 보았지만 국광교회는 보이지 않았다. 되돌아와서 한참을 둘러보자 숲 속 거대한 소나무들 사이에 숨어 있던 하얀 십자가가 보였다. 천천히 걸어 올라 가려는데 관람객 한 명이 계단을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녀와 함께 천천히 걸어서 교회 앞으로 걸어갔다. 모기떼가 살을 뚫고 들어왔다.

2시 45분. 국광교회 앞에 도착했다. 교회는 녹색 펜스로 둘러쳐져 있었고,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2시 50분이 되자 전시 관계자가 올라와서 펜스의 문을 열어주었다. 38년 동안 민간인들이 출입할 수 없었던, 굳게 닫혀 있었던 국광교회의 문이 열렸다.

 

소나무숲에 가려져 있어서 도로에서 잘 보이지 않는 국광교회

‘2018광주비엔날레-GB커미션, 마이크 넬슨 作, 거울의 울림(장소의 맹점, 다른 이를 위한 표식)’은 거대한 설치 작품이다. 이번 2018광주비엔날레에서 <GB 커미션>은 광주의 역사성을 반영하는 프로젝트로 단연 주목할 만하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들에게 고문과 폭행으로 다친 시민들이 치료를 받았던 (구)국군통합병원을 ‘아드리안 비샤르 로하스’ ‘마이크 넬슨’ ‘카데르 아티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등 4명의 작가가 작품으로 풀어냈다.

‘거울의 울림’을 선보인 마이크 넬슨 작가는 “비어 있는 옛 병원 건물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역사는 물론 이 건물에 배어 있는 존재감을 느꼈다”며 “압축된 시간의 증거로 이곳에 있었던 사물들을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굳게 문이 닫혀져 있는 국광교회

영국의 설치미술 작가 마이크 넬슨은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참여 작가로 영국의 권위있는 미술상인 터너프라이즈에 두 번 노미네이트됐다. 그는 복잡한 대형 설치 작업을 통해 물리적 공간으로서뿐 아니라 심리적 · 내면적인 공간으로서 건축물을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이번 <GB커미션>에서 마이크 넬슨은 구 국군통합병원의 건축물을 다른 관점에서 재해석해냈다. 구 국군통합병원에서 떼어낸 거울을, 구 국군통합병원 부지 내 교회 에 재구성한 장소특정적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건물의 물질주의가 대한민국 역사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데 1980년 광주의 모습이 그와 연관된 역사의 축적과 관계한다고 보았다. 그는 빈 건물 속 존재감을 끊임없이 인식하며 구 국군통합병원 안에 있었던 거울에 집중했다. 거울을 카메라로 혹은 스크린으로 느꼈다. 1980년 5월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돼 있던 그곳에서 계엄군들에 의해 자행되었던 비인간적인 폭력들, 감추어진 짐승의 시간들을 거울이라는 스크린이 저장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다. 짐승의 시간들은 거울 속에 저장되었고 밀폐되었고 은폐되었다.

2시 50분 국광교회의 문이 열리면 전시장으로 입장할 수 있다.

국군통합병원은 국군광주병원으로 이름을 개명했다. 국군통합병원이라는 단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동안, 그 짐승의 시간들도 역사 속으로 묻혀갔다. 그러나 2018년 9월 <GB 커미션>이 ‘국군통합병원’을 호명했고, 세상에 드러났다. 마이크 넬슨에게 ‘거울’은 축적된 시간의 증인이고, 거울이 보았던 순간들이 담긴 기호가 된다. 거울들은 뒷면에 ‘Made in japan’ 등이 새겨져 있었고, 앞면에는 ‘당신은 감염 예방을 위해 손씻기를 잘 하고 계십니까?’가 새겨진 스티커 등이 붙어 있었다.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교회 안으로 들어서자 먼지 냄새가 훅 끼쳐온다. 사각의 공간, 그리고 더 작은 사각의 공간이 하나 있다. 국군광주병원이 함평으로 옮겨가면서 10여년 동안 방치돼 있어서 유리창들은 깨져 있다. 수십 개의 크고 작고 낡은 사각 거울을 설치한 거대한 설치 작품이 사각의 공간 안에 가득 차 있었다. 거울 속에 또 다른 거울들이 비쳐지고, 그 안에 폐허 같은 내부 풍경이 다시 겹쳐진다.

거울은 그들이 보았던 역사로 채워진 암호화된 태블릿, 결코 내용이 고정되지 않고 쌓여가기만 하는 사진문서였다.

국군광주병원에서 떼어낸 80여개의 거울들로 설치된 '거울의 울림'

‘거울의 울림’은 크게 두 개의 서사로 구성된다. 첫째는 (구)국군광주병원의 거울 제거하기와 제거한 거울을 국광교회 건물에 재구성하기다. 마이크 넬슨은 국군광주병원에서 80여개의 크고 작은 거울을 떼어냈다. 배출이다. 80년 5월에 거울에 비추어졌을 끔찍한 기억들을 떼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순결한 공간, 성소(聖所)인 교회에 그 거울들을 다시 설치했다. 재구성했다.

거울의 울림

작가는 기억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작가의 ‘거울을 매다’는 의식(Ritual)을 통해 거울들은 정화(Purification)되고, 기억들은 위로를 받는다. 은폐에서 벗어나는 것, 국군통합병원이라는 이름을 호명하는 것, 그것이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위로이다.

거울의 울림

‘GB 커미션-거울의 울림’은 오후 3시, 3시 30분, 4시, 4시30분, 5시, 5시 30분 총 6회 관람할 수 있다. <사진/백은하 기자>

(주소): (국광교회) 광주시 서구 상무대로 1028번지

백은하 기자 haklim1@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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