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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의 ‘탕평채’와 문재인 대통령의 ‘오색 비빔밥’

기사승인 2018.08.24  1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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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당 5색의 시대, 탕평과 협치의 리더십 필요할 때

드라마 <장희빈>에서 사약을 받고 있는 희빈 장씨. 장희빈 역에 탈랜트 김혜수가 열연했다. kbs 화면 캡쳐

역사 드라마나 영화 중에는 조선 숙종 시대, ‘장희빈’(1659~1701)을 소재로 한 작품이 적지 않다. 그녀의 삶과 조선 중기 정치적 상황이 그만큼 드라마틱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장희빈이 사약을 받는 장면은 언제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당대 최고의 인기 배우들만이 장희빈 역에 캐스팅됐다.

“나인으로 뽑혀 궁중에 들어왔는데 자못 얼굴이 아름다웠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장희빈의 외모에 대한 기록이다.

조선의 ‘팜므파탈’ 장희빈, 중인 신분으로 태어나 궁중에서 왕과 왕비의 시중을 드는 나인으로 궁궐에 들어온 장옥정은 어느 날 임금인 숙종의 눈에 띄어 왕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숙종의 생모인 명성왕후의 명으로 궁에서 쫓겨났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는 숙종은 어머니 명성왕후가 죽고 나자 장옥정을 다시 궁으로 불러들인다. 훗날 경종이 되는 왕자 윤(昀)을 낳고 정 1품 희빈을 거쳐 왕비로 책봉된다. 숙종의 세 번째 정식 부인이 된 것이다.

궁녀 출신에서 일약 왕비가 된 초고속 승진의 배경에는 당시 실세였던 남인(南人)들이 있었다. 남인들의 권력이 한몫을 한 것이다. 남인들의  비호 아래 장희빈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당쟁과 당파싸움으로 돌고 도는 정치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고 했다. 폐비되었던 인현왕후가 복위되고 서인들이 다시 집권한다. 남인 세력이었던 장옥정의 삶도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왕후의 자리에서 쫓겨나 희빈으로 강등되고, 인현왕후를 저주해 죽게 했다는 혐의를 받고 결국 사약을 받게 된다. 남인 세력이 몰락하고 서인들이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다. 사사되었던 송시열도 이때 다시 명예를 회복한다. 역사는 이를 갑술환국(甲戌換局)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701년 희빈 장씨가 사사되자 그의 아들 경종은 세자의 자리마저 위협받게 된다. 남인들을 몰아내고 권력을 차지한 노론은 세자가 죄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흔들어 댄다. 숙종이 죽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등극한 경종은 어머니를 죽게 한 노론들을 대거 숙청한다.

극심한 권력 투쟁을 겪으며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경종은 왕위에 오른 지 4년 만에 죽고 만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독살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나 확실한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숙종에게는 또 다른 후궁, 숙빈 최씨가 있었다. 숙빈 최씨는 궁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무수리 출신이었다. 숙빈 최씨 에게는 연잉군이라는 왕자가 있었다. 경종의 이복동생이다. 이번에는 노론들에게 기회가 왔다. 노론과 소론은 다시 극렬하게 대립한다. 이른바 신임옥사(辛壬獄事)를 거친 후 연잉군은 노론 세력의 등에 업혀 왕으로 옹립된다. 그가 바로 조선의 21대 왕 영조(英祖)다.

조선 21대 왕 영조(1694~1776)

영조의 레시피, ‘탕평채(蕩平菜)’

노론세력에 의해서 선택된 군주, 영조는 엄청난 정치적 부담을 안고 출발하게 되었다. 경종의 죽음에 대한 독살설이 유포되고 있었고 이는 영조를 겨누고 있었다. 이러한 혐의를 벗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더 시급했다. 영조의 묘안은 ‘탕평책(蕩平策)’이었다

탕평은 말 그대로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일을 공평하게 처리한다’는 뜻이다. 영조는 당쟁의 폐단을 지적하고 이를 혁파하고자 ‘탕평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했다. 노론과 소론을 차별하지 않고 인재를 공평하게 등용함으로 당쟁을 없애겠다는 것이 탕평책의 핵심이다.

집권 여당 격인 노론 중에서 강경파를 배제하고 소외돼 있던 소론과 남인의 온건파를 적극적으로 등용해 중립 내각을 만들었다.

4가지 색깔(四色)의 나물과 청포묵을 버무린 '탕평채' 4색 당파에 맞는 색깔의 음식을 한데 섞어 먹으며 화합을 도모했다

영조는 이러한 탕평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겠다는 의지로 어느 날 각 붕당의 사람들과 신하들을 모아놓고 경륜을 논하는 자리에 스스로 고안해서 만든 음식을 내오게 했다. 4가지 색깔(四色)의 나물과 청포묵을 버무린 ‘녹두묵 무침’이었다.

이날 이후 이 녹두묵 무침을 ‘탕평채’라 불렀다. 4색 당파에 맞는 색깔의 음식을 한데 섞어 먹으며 화합을 도모했다. 탕평채는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가 공평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왕의 레시피’였다

조선왕조 실록은 영조의 탕평책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사람을 등용하는 데 있어 반드시 호대(互對)로 할 필요는 없으니, 만일 등용할 만한 사람이 있다면 비록 한 편의 사람을 백 번 들어 쓴다 하더라도 무슨 방해될 것이 있겠는가? 오늘의 처분이 있은 뒤에는 등용하고 버리기를 공정하게 하고 사사롭게 하는 것이 진실로 전조에 있으니, 그것을 각각 힘쓰도록 하라”

지난 16일 말복날 문재인 대통령과 5당원내 대표들이 청와대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오색 비빔밥’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라고 하는 지난 16일 말복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로 여야 5당 원내대표들 초청했다. 여야 협치를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문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직무대행과 오찬을 겸한 회동을 했다. 각 당 원내대변인들도 함께 했다.

이날 오찬으로 나온 ‘오색 비빔밥’이 화제가 되고 있다. 청와대에서 제공한 점심 메뉴는 삼계죽과 함께 각 당의 상징 색깔을 재료로 한 오색 비빔밥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블루 버터 플라워 식용꽃과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무생채, 바른미래당의 ‘민트색’ 애호박나물, 민주평화당의 ‘녹색’ 엄나물, 정의당의 ‘노란색’ 계란지단이 들어갔다. 5당을 보여주는 5색 비빔밥으로 “협치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다”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날 청와대에서는 5당 5색을 상징하는 '오색 비빔밥'과 삼계죽을 오찬 메뉴로 내놓았다. '협치'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날 오찬 후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정 상설협의체’ 본격 가동이라는 결실을 맺었고, 민생법안과 규제혁신법안 조속 처리 등,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음식 정치’가 나름의 성과를 만들어 냈다.

문 대통령의 오색 비빔밥에 담겨 있는 협치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의 취임 연설을 상기한다.

“···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그가 꿈꾸는 ‘협치’의 세상은 인재를 공평하게 등용하여 당쟁을 막아 보자는 영조의 ‘탕평책’과 맞닿아 있다.

임영열 시민기자 youngim14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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