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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나무 한 그루 심으세요

기사승인 2018.04.06  10: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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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대동문화재단 사무처장

어제는 식목일. 나무를 사랑하는 이에게 물어보니 한식이자 절기로는 청명 무렵인 4월 5일이 식목의 최적기는 아니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남도에서는 경칩과 춘분 절기 사이인 3월이 나무 심기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해마다의 관습은 여전해 전국 곳곳에서 수만 그루의 나무가 새 삶터를 얻었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은 대부분의 음식을 식물에게서 얻는다. 호흡에 필요한 공기도 얻는다. 만약 산소가 없었다면 인간은 생겨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지구 생명체의 진화 첫 단계에 식물과 나무가 있었고, 지구 멸망의 종착지에 식물과 나무가 서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무를 심는 것은 조금 과장해 말하면 생명을 품어 낳는 일이며 인간이 자신에게 생명을 준 나무의 은혜에 보답하는 실천 행위다.

어떤 시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무는 정면이 없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다. 나무는 어느 쪽에서든 자기를 바라봐주는 생명을 언제나 반겨준다. 나무는 그렇게 차별과 경계가 없다. 경계를 지워버리고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포용한다. 무엇이든 받아들여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문화를 키우는 일도 나무를 키우는 일과 똑같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풍토 위에 정성스럽게 심고 북돋워야 한다. 거름을 주고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한다. 병충해나 동해, 한해를 입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아프면 약을 주고 수술도 해주어야 나무가 회생한다.

문화예술인을 잉태하고 키우는 지역의 풍토도 마찬가지다. 나무를 심고 가꿀 때는 적어도 10년 이후를 내다보는 미래 설계가 있어야 한다. 성급하게 꽃과 열매를 얻으려고 하면 나무는 금방 병들고 시들어 버린다. 성인 나무가 되어 꽃피우고 열매를 맺을 때까지 수없이 닥칠 시련을 견딜 수 있도록 든든한 지지목을 세워주어야 한다.

그렇게 가꾼 만큼 나무는 곧고 풍성하게 자라서 꽃으로써 모두의 눈을 즐겁게 하고, 열매로 양식을 주며, 잎으로 맑은 공기를 내어주고, 뿌리로 맑은 물을 품어주며, 넓은 그늘을 만들어 누구든 편안하게 쉬어가게 한다. 생명을 품어주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된다.

한 명의 문화 예술인, 문화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도 그렇고 그 작품을 보고 듣고 느껴서 문화 향유자들의 삶이 풍성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문화나무는 자라 자기를 키워준 어떤 생명이든 받아들여 정면과 경계를 지우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사람들은 그 그늘에서 쉬며, 정면과 경계가 없는 행복한 세계를 짜릿한 감동과 함께 온몸으로 이해하고, 새 삶의 지평을 넓혀간다. 문화는 생명이 그렇듯이 항상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전진, 전진한다.

생명의 봄이 왔다. 봄이 오자마자 온 산천에 축제, 공연, 전시, 문화 행사들이 흐드러져 만개하고 있다. 남북 외교 갈등의 언 땅을 녹여준 평양 공연 예술단의 방북 공연 주제도 ‘봄이 온다.’였다.

광주 프린지 페스티벌이 금남로와 5․18민주광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일대에서 열린다. 궁동 거리예술 축제가 ‘어여쁘다 궁동’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3호 고싸움놀이 축제의 함성이 곧 울려 퍼질 것이다. 대인 예술야시장 ‘별장’도 기지개를 켜고 문화 난장판을 깔았다.

전라도 방문의 해를 맞아 남도에서도 축제장과 공연, 전시장을 새 단장하고 다채로운 문화, 예술, 관광 프로그램을 상차림 했다. 남도 소리 울림터 공연이 기대되고, 예술작품을 구입할 수도 있는 남도 예술 은행도 문을 활짝 열었다. 영암 왕인문화축제, 신안 튤립축제, 강진 병영성 축제, 강진 영랑문학제 축제장은 벌써부터 마음의 꽃망울이 부풀어 있다.

문화 밥상이 우리 앞에 맛깔스럽게 차려져 있다. 수천 송이 예술의 꽃들이 남도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문화 나들이를 나가 그 내밀하고 인간다운 향기에 취해보자. 겨울 내내 혹독한 추위를 견디며 작품 하나 씨앗처럼 틔워둔 문화예술인들에게 박수를 보내자. 지갑을 열어 우리가 먼저 문화 메세나 개미 군단이 되자. 우리가 어찌 문화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나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 남도 문화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지 않겠는가?

광남일보 4월 6일 문화산책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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