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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이 좋은 거시여!

기사승인 2023.01.20  10: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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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달력을 보면 작은 글씨로 24절기와 세시풍속이 적혀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고유의 우리 문화를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선현들의 삶과 지혜도 익힐 수 있다. 외국 문화를 따라 하면 세련되어 보이고, 한국 풍속을 찾으면 오히려 촌스럽게 보인다는 생각이 은연중 사회 전반에 깔려있다. 그런 이유로 뜻도 모르고 무분별하게 외국의 문화를 따라 하는 풍조(風潮)가 씁쓸하기만 하다.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와 3월 14일 화이트데이는 일본의 한 제과 회사가 마케팅 수단으로 시작한 것이다. 80년대 한국에 들어와 젊은 연인들의 기념일처럼 자리 잡았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를 빚은 10월 말의 핼러윈데이 또한 미국 문화가 전파되면서 한국의 젊은 층에서 유행되었고, 상술과 결탁하면서 축제로 자리 잡은 외래문화이다.

빼빼로데이 11월 11은 날씬해지기를 원하는 뜻에서 11자 모양의 막대 과자를 선물로 주고받는 제과업계의 ‘데이 마케팅’전략이 담겨있다. 본래 이날은 한국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로 정한 이유는 한자 11(十一)을 합치면 흙 토(土)가 되기 때문이다. 농민이 흙에서 나고, 흙을 벗 삼아 살다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아 한자 ‘土月土日’을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쓴 것이다.

빼빼로에 대응하여 당국에서는 11월 11일은 ‘가래떡 데이’라고 홍보한다. 우리 떡 중에 가래떡이 11자처럼 생긴 데서 착안한 것이다. 막대 과자보다는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선물하며 농부의 고마움을 생각하는 날이기를 바라본다.

정월대보름 다음 날인 음력 16일은 ‘귀신날’ 또는 ‘까치날’이라 해서 바깥 외출을 삼갔다. 귀신이 활발해지는 밤이 되면 귀신이 집에 들어오지 못하게 대문가에 채를 걸어두기도 했는데, 귀신이 구멍 세기를 좋아해서 구멍 세다 날 새는 줄 모르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니, 우리 조상님들의 재기 넘치는 발상에 웃음이 난다.

우리 풍속 중 가장 아름다운 날은 칠월칠석이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날, 그것도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이다. 옥황상제의 손녀로 고귀한 신분의 직녀와 목동 견우의 사랑은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로맨틱하고 비극적인 러브스토리다. 상제의 노여움 탓으로 각자 헤어져 살다가 일 년에 딱 하루만 은하수 위에 놓인 오작교를 통해 만날 수 있다. 이때 두 사람이 흘린 눈물을 칠석우(七夕雨)라 하지 않던가. 우리 조상들은 칠월칠석 날 만큼은 혹 날이 청명하더라도 달과 별을 결코 보지 않았다는데,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훔쳐보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었단다. 그래도 달과 별이 보고 싶으면 대야에 물을 떠 놓고 물에 비치는 은은한 별빛을 보는 것으로 대신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가.

한 나라의 전통문화 가운데 특히 세시풍속은 민중들 속에 켜켜이 내려오는 귀한 유산이다. 거기에 시간과 세월이 덧입혀지면서 변화되고 다듬어지다 보니 제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꽃을 피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음력 5월 5일 단오는 설, 추석, 한식과 함께 4대 명절 중의 하나였다. 2005년 강릉단오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당시에 중국에서는 심한 반발을 했다. 중국 풍속인 단오를 한국이 가져다가 한국 풍속인 것처럼 했다는 이유였다. 단오는 본래 중국 초나라 회왕 때 문인 굴원이 멱라수에 빠져 자결하자, 그의 영혼을 위로하는 제(祭)를 지낸 데서 유래한다.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중국은 단오를 지내지 않고, 우리는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던 것이다.

양력 4월 5일쯤 오는 한식도 중국에서 비롯했다. 춘추시대 진나라 문공이 충신 개자추의 죽음을 슬피 여겨 그가 죽은 날은 불(火) 사용을 금지했다. 때문에 이 날은 전날 해둔 식은 밥을 먹는다는 ‘한식(寒食)’이 되었고, 그 후 중국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세시풍속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문화라는 것은 어디에서 유래했느냐보다는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느냐가 중요한 요인임을 알 수 있다.

한(韓) 문화 속 한국의 정체성

한복, 한지, 한춤, 한식, 한옥, 국악, 국궁 등은 한국을 대표하는 고유의 ‘한(韓)문화’이다. 하지만 한복 대신 양복과 양장, 한춤 보다는 힙합과 서양 춤, 한식보다는 일식과 양식이 고급 식탁으로 보인다. 젊은 층은 물론 요즘 사람들의 보통 식단은 패스트푸드가 일상화되어가는 추세다. 고풍스런 한옥보다는 편리한 아파트나 양옥, 국악보다는 가요와 팝송, 국궁보다는 양궁 등이 매우 자연스럽고 세련된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 또 외래문화에 밀려 우리 음악을 ‘음악’이라 하지 않고, ‘국악’이라 한다. 물론 고유의 우리 것에 굳이 ‘한(韓)’을 강조해서 이름하는 것일 수 있으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서얼 취급(?)을 받는 느낌이랄까.

지난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성이 중국 소수민족으로 표현되어 입장하는 모습이 보였다. 중국이 문화공정의 하나로 한복(韓服)을 한푸라 칭하며 한복(漢服)화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과 우려를 하게 했다. 그 나라의 고유한 풍속과 문화라 할지라도 지켜내지 못하면 결국 남의 것이 되고 만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니 그 우려가 깊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다양한 문화가 세계 곳곳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어려운 대한민국을 함께 견뎌온 우리는 믿기 어려울 만큼 놀랍고 그 어느 세대보다 가슴 벅차다.

주문을 건다. ‘한류(韓流)는 세계의 중심, 우리 것이 좋은 거시여!’ 살림살이 참 어려운 시대다. 그래도 힘을 내자, 우리는 강인한 한국인이니까.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이사, 문학박사, 전통문화지킴이, 문화잡지<대동문화>발행인,

유트브<조상열의 입문학 수다>운영중.

조상열 발행인 ddmh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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