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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기사승인 2022.06.07  18: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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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승현 대동문화재단 미디어본부장

백승현 ( 대동문화재단 미디어본부장 )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의 앞머리다. 사람이 방문하면 마중을 나가는 사람도 있는데, 그럴 때 마중객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가? 시인은 이렇게 맺는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과 그 갈피를 더듬어볼 수 있는 마음으로 환대해야 한다.’

6월 아침 햇살이 쏟아지는 출근길에서 보니 이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공보와 플래카드가 걷히고 있었다. 시민들의 선택을 간절히 바랬던 희망의 말들, 꼭 실현해 시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공약의 말들이 이제 용도 폐기되고 있었다. 선거에서 진 후보는 유리처럼 깨진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것이다. 승리를 거머쥔 후보들의 마음속에는 설렘과 기대가 그득할 것이다.

우리는 정현종 시인의 시구처럼 그 아쉽고 설레는 마음의 갈피를 더듬어주며 패배는 위로하고 성공은 환대해야 할 것이다.

새로 오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문화 정책은 어떠해야 할까? ‘상생’, ‘혁신’, ‘도약’이 핵심어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문화행사, 축제 등 지역 문화산업이 고사했고, 문화예술인들의 삶의 기반은 뿌리째 흔들렸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발돋움에는 족쇄가 채워져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지방정부는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을 섬세하게 포용하고 다층적으로 지원할 수 없었다. 협치와 담론이 불가능했다. 아무런 동력도 없이 사그라든 ‘공무원표’ 문화 정책도 수두룩했다. 문화 행정과 문화예술인들의 갈등이 현장에서 부딪쳐 상처가 나기고 했다.

민선 8기 광주시 문화정책 공약은 생애주기별 지역 문화예술 교육, 마을 거점 문화예술 공간 구축, 골목 축제 활성화, 아시아 국가 교류사업 활성화, 예술인 복지 증진, 창작활동 거점 공간 조성, 시민 체험교육 프로그램 추진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민선 7기와 비교해 신선한 아이디어와 시스템적 설계가 없다. 광주에 메가 관광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는 것 말고는 동어반복이고 중언부언이다. 이래서는 안 된다. 좀 더 실천 가능한 비전들을 시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행정이 주도하고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정책을 따르는 방식과 구도로는 희망이 없다. 행정은 생태계를 조성하고 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이 그 생태계 안에서 주도적인 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문화 다양성의 핵심은 자율성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광주 문화정책의 기획과 실행을 젊은 청년들의 어깨에 맡겨야 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청년들이 도시 문화생태계의 주도권을 갖고 그들이 문화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어 미래 광주 문화의 미래를 주도해나가야 한다. 20~40대 문화 인재들이 전면에 나서 그들의 창의의 신선한 발상을 실현할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 청년 문화정책 참여제도를 만들어 지속가능한 도시의 문화발전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시민의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이 유통되는 생활문화 공동체가 필요하다. 골목 문화경제가 필요하다. 이때 문화수용 능력은 청소년, 시민, 다문화 가족 모두에게 민주적이고 평등한 것이어야 한다. 문화 향유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기본권이라는 것을 전제로 문화적 약자인 장애인, 청소년, 다문화가족, 소외계층에게 문화예술관광 패스제를 도입해 지방자치단체가 교차중복 지원해야 한다. 일종의 문화예술관광 수당 지원이다. 플랫폼 기반의 공공 문화서비스로 이용자의 이해에 적합한 맞춤형 지원을 한다. 새로운 문화관광 소비 지표가 나올 것이고 정책에 이 지표들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 개미들이 많은 도시가 문화도시다.

예술인들의 일상회복을 위해 전폭적인 문화회복 기금제 도입도 필요하다. 지방정부가 전격적으로 문화 특별기금 프로그램을 운용해 코로나 위기 이후 고사 상태에 있었던 문화적 일상의 재개를 위해 두터운 창작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창작의 마중물을 제공해야 한다.

뉴미디어가 창의성을 초연결 사회에 연결하는 문화예술 실험이 광주에서 계속되도록 지원됐으면 좋겠다. 킬러콘텐츠와 광주만의 브랜드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래서 광주가 미래의 문화예술 패권을 가져왔으면 좋겠다. 시대정신이 담보된 광주만의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즐길 것인지 새로운 지방정부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이 꽃피는 품격 있는 도시, 도시의 역사와 추억을 시민들이 보존해서 미래 자원으로 후배들에게 배턴 패스해주는 도시, 골목에서도 예술의 재미가 넘쳐나고, 혐오와 반지성의 시대에 문화를 사랑하는 시민정신이 삶의 지표가 되는 문화 공동체가 내 사랑하는 도시 광주 미래 정체성이 되어야 한다. 새로움이 늘 우리 삶을 깨우는 문화도시의 아침을 꿈꾼다.

전동민 기자 sos8125@naver.com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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