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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마음과 공간이 조화되는 광주에 살고 지고

기사승인 2021.01.21  10:4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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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현 대동문화 사무처장

10월 30일 광주광역시는 ‘광주 도시․건축 선언문’을 발표했다. 시와 의회, 시민 대표와 전문가로 구성된 도시건축선언문 제정위원회가 시민과 약속한 어젠다라는 점에서, 시민 모두가 두고두고 이야기할 수 있는 정책 담론의 하나다. 광주시민의 미래 삶의 모습을 미리 투영해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선언문이다.

선언문은 전문과 10개의 실천적 조문으로 만들어졌다. 전문에서 광주의 미래는 ‘역사와 자연과 미래를 품은 도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집과 건축물과 길을 품은 도시, 지속가능한 지구(적 가치를 지닌 도시), 인간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10개의 조문은 역사와 미래, 안전과 공존, 마을과 공동체, 교통과 도로, 경관과 조망, 녹지와 공원, 집과 건축, 공공시설과 공공건축, 공공주택과 주거 인프라, 공공성과 도시행정으로 나뉘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광주의 미래 모습에 대한 희망이 제시된 ‘아름다운 선언문’이다. 누구든 이 선언문을 읽어본다면 저절로 그렇게 꾸며진 아름다운 미래 광주에서 살고 싶다고 말할 것이다. 건강하고 행복하며 하나의 마음과 공간이 모든 이의 마음과 공간과 조화되는 도시 광주라니 어찌 살 만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우리가 우리의 미래 세대와 함께 ‘유토피아 광주’에 살기 위해서는 도시 어젠다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실천 목표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집행해나갈 인적, 물적 시스템이 필요하고, 거기에 시민의 참여와 연대가 더해져야 한다. 그래서 이 선언문에 기대어 묻고 싶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실천 규정과 인적 물적 시스템과 시민 참여 사회 시스템일텐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선언문의 제10조에 나오는 것처럼 ‘광주의 도시‧건축 행정이 공공성과 시민의 편의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도시‧건축의 주인인 시민이 행정을 감시하고, 좋고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나가고 실행해나가는 주체가 되어야 하고, 그 방식은 거버넌스 체계여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주어진 한계와 제약 안에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하는 사회 시스템이다.

도시, 경제, 사회, 문화, 시민사회운동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이 선언문의 첫 번째 큰 시험대는 북구 임동‘전남‧일신방직 부지의 개발’과 관련된 공공적 활용 방안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다.

전방은 2017년 말 가동 중단됐고, 일신방직은 가동 중이다. 두 회사는 임동 공장 부지를 공업용지에서 상업이나 주거 용지로 변경해 호텔, 업무 시설, 쇼핑 시설, 주상복합 시설, 도로, 공원 등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서를 광주시에 2020년 4월 제출했다. 또 2020년 7월 부동산개발업체와 매각 계획을 세워 올해 6월 양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광주시는 전남‧일신방직 사전 협상부지 선정을 위해 전문가 합동 TF팀을 구성하여 논의 중이다. 시는 도시계획, 경관, 교통, 문화, 환경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시민단체에서는 광주시가 협상 과정에서 부지의 특성과 문화예술도시로서의 광주 정체성에 부합되도록 복합 문화예술 지구, 산업자원 아카이브 특구, 생태‧문화 도시 공원 등 공공적 도시 공간으로 활용해줄 것을 기대하고 시민대책위를 출범시켜 시민들의 공감을 모아갈 계획이다.

전남‧일신방직은 산업화의 상징적 공간이다. 광주의 마지막 근대 산업시설이고 우리의 누이들이 솜먼지에 시달리면서 노동하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방적공장, 화력발전소, 기숙사, 고가수조, 철도, 종교시설과 함께 멋진 수목과 공원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근대 산업화의 문화 유산이자, 광주시민들의 삶의 애환이 뭉쳐 남아있는 역사 자원이다. 도심과 광주천 인근에 위치해 광주 전체의 맥락에서도 도시 재생의 화두가 될 공간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규모에 버금가는 경제, 환경, 문화 포인트로 100년 후의 광주 문화자산이 되기에 충분한 곳이다.

광주시가 전일방 부지 중 공공적 영역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정확히 여기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시민 여론을 물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이곳이 새로운 광주 미래 세대에게 자랑스러운 도시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행정적 신념을 지켜내야만 한다.

자본을 공공 논리가 이겨본 역사는 없다고 한다. 시민운동이 경제와 개발논리를 이겨본 경험은 어느 도시에서도 단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어느 도시건축 전문가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광주시민들에게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이 있고, 시민들은 모두 사람다운 삶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인권‧평화운동 활동가들이며, 인본 정신으로 문화예술의 가치를 아시아에 펼쳤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광주가 아파트 공화국, 도시 역사와 문화를 성장과 개발 위주의 자본논리로 지워버린 도시라는 악평을 받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인간과 삶이 사라져버리고 자본의 흔적만이 남은 도시에서 살아가라고, 미래 세대에게 우격다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새해 서설이 내린 무등산을 아파트 건물 사이로 바라보며 빌어보는 소원이다.

백승현 기자 porum88@hanmail.net

<저작권자 © 채널코리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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